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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카 구룽
직접 답사하며 고국의 지리 연구…김창호 대장 “고산자 김정호 같은 존재”
하르카 구룽 사망 당시 그를 기리기 위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사진 알케트론.
만약 해외에서 온 산악인들이 설악산에 오른 뒤 대청봉을 ‘제라드봉’, 지리산에 오른 뒤 천왕봉을 ‘램파드봉’이라고 칭하면 우리 기분은 어떠할까? 네팔에선 실제로 이런 일이 흔히 벌어져 왔다. 지금도 지구 최고봉의 이름은 ‘사가르마타’ 대신 ‘에베레스트’로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히말라야 봉우리에 네팔어가 아닌 언어로 이름이 붙기 시작된 건 히말라야 등반이 시작된 1920년대 이후다. 히말라야 지도를 처음 작성하고 등반의 대상으로 삼은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측량을 마친 후 많은 봉우리에 자국어로 된 이름을 붙였다. 설산고봉은 원주민들에게 성스러운 신으로 추앙받는 반면에 외부인들이 붙인 산명은 그 산세나 형상에 따른 이름이거나 또는 등산의 험악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악마의 이름을 붙이기까지 했다.
1980년대 초, 이러한 현실을 개탄하며 네팔과 지역 부족의 고유 이름으로 산 이름을 되찾고자 나선 이가 있다. 하르카 구룽Harka Gurung 박사다. 그는 1935년 네팔 람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영국군 용병 하사관으로 복무하고 있어 일반적인 네팔 가정에 비해 유복한 편이었다. 덕분에 일찍이 해외 유학을 떠나 인도 파트나대학교에서 지리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영국 에든버러대학에서는 지리학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당시 네팔 최초의 지리학 박사였다. 박사 논문인 <포카라 계곡>은 오늘날까지도 네팔 포카라 지역의 지리를 연구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자료로 꼽힌다고 한다.
뒤쪽에 눈 덮인 봉우리가 하르카 구룽 나디 출리다.
1966년 영국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하르카 구룽은 곧장 고국의 산과 산악 활동에 관심을 기울였다. 실내 연구는 물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마나슬루 남쪽 고르카 지역을 비롯해 너비 800km, 폭 200km의 네팔 땅의 75개 행정구역을 배낭을 짊어지고 현장 답사를 했다. 그는 에든버러 유학시절에도 영국 최고봉인 벤네비스(1,344m)를 등정하고 히말라야 등반가인 빌 틸만Bill Tilman과도 친분을 다질 정도로 등산에 관심이 많았다. 딸과 아들의 이름을 각각 히말라야 봉우리의 이름을 따서 마나슬루, 사가르마타라고 지었다.
또한 하르카 구룽은 “네팔에서 등반을 하는 사람은 글을 쓰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은 등반을 하지 않는다”며 네팔인으로서는 최초로 네팔 및 해외 산악인들의 산악 역사와 연대표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저술은 <안나푸르나에서 다울라기리까지Annapurna to Dhaulagiri>다. 하르카 구룽은 이 책에 1949년부터 1960년까지 네팔 히말라야에서 이루어진 모든 산악 활동을 기록했다. 당시 히말라야 8,000m 고봉들이 연이어 초등되던 시기였기에 이 책은 후대 산악인들에게 귀중한 가이드 자료가 됐다.
구룽 박물관에 위치한 하르카 구룽의 동상. 사진 네팔리타임즈.
15권의 책, 675편의 논문 집필
그는 직접 고산 등반에 참여하기도 했다. 1971년 결성된 한 에베레스트 등반대에 초대됐다. 베이스캠프에서 빙하를 연구하며 3주 동안 기다린 끝에 등반 기회가 생겨 1캠프까지 전진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로 1캠프에서 꼼짝도 못 하고 갇혀 있다가 철수를 감행했으나, 하산 도중 크레바스에 빠져 머리를 세 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네팔 정부는 1983년이 돼서야 빼앗긴 산 이름을 되찾는 작업에 나섰다. 히말라야 봉우리들의 이름을 짓는 위원회가 구성됐으며, 하르카 구룽이 위원장을 맡게 됐다. 이때 하르카 구룽이 되찾아온 산 이름들은 현재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웨지 피크Wedge Peak(영국)를 람트항 창Ramthang Chang(6,750m)으로, 자누Jannu(프랑스)는 쿰브하카르나Kumbhakarna(7,710m), 트윈피크Twin Peak(영국)는 김미겔라출리Gimmigela Chuli(7,350m), 아일랜드피크Island Peak는 임자체lmja Tse(6,183m), 팡Fang은 바라하시크하르Varaha Shikhar(7,647m), 감벨호른Gabelhorn(독일)은 간드하르바출리Gandharva Chuli(6,248m), 록누아르Roc Noir(프랑스)는 캉사르캉Khangsar Kang(7,485m), 모리모토Morimoto(일본)는 브헴당리Bhemdang Ri(6,750m)로 바뀐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르카 구룽을 기념해 제작된 우표. 사진 구룽라이터스.
하르카 구룽은 카트만두 트리뷰반 대학의 지리학 교수와 네팔지리학회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또한 지리학을 비롯해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등 학문적 경계를 넘나들며 활약했다. 총 15권의 책과 675개의 학술 논문을 발표하며 왕성한 학술 활동을 보여 줬다.
이처럼 열정적으로 고국을 위해 일한 하르카 구룽은 안타깝게도 사고로 숨을 거두고 만다. 2006년 9월 캉첸중가 자연보호구역 관리를 원주민 공동체에 이관하는 작업을 마치고 군사Ghunsa마을을 헬기콥터를 타고 떠나려던 차에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과거 김창호 대장은 “그의 네팔 땅에 대한 애정은 한국의 고산자 김정호에 비견될 만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네팔 정부는 2007년 그를 기리기 위해 그의 고향 람중을 내려다보는 봉우리인 피크29(7,871m)를 하르카 구룽 나디 출리Dr. Harka Gurung Ngadi Chuli로 명명했다.
[글 서현우 기자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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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넘는 태풍 '바비'의 거대 파도 / 사진=연합뉴스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가 오늘(26일) 오전 제주에 접근하면서 막강한 위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바비는 이날 오전 9시 현재 중심기압 945 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45ｍ로 서귀포 서남서쪽 약 21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9㎞로 북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전 9시 현재 강도가 '강'에서 '매우 강'으로 세력이 세졌습니다.
현재 제주도 육상과 제주도 앞바다, 제주도 남쪽 먼바다, 남해 서부 서쪽 먼바다에 태풍경보가 발효 중입니다.
태풍이 가깝게 다가오고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 일대에는 집채가 아니라 빌딩 높이의 강한 파도가 쉬지 않고 몰아치고 있습니다.
모슬포항을 둘러싼 높이 15ｍ 방파제를 훌쩍 넘어 등대마저 집어삼키는 거대 파도는 태풍 '바비'의 위력을 실감케 했습니다.
태풍 '바비' 제주 접근중 / 사진=연합뉴스강한 바람에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안의 모래가 주택가까지 날라오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해안가에는 출입금지선이 설치된 상태입니다.
태풍이 지나는 제주 / 사진=연합뉴스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서는 강풍에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회수동 로터리로 강한 바람에 나무가 꺾여 도로 한가운데로 쓰러지면서 교통이 통제됐습니다.
태풍이 불어닥치면서 길거리는 한산한 상황입니다.
이날 제주지역 유치원·초·중·고등학교의 등교수업은 모두 원격수업으로 전환돼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근로자 대부분이 재택근무나 출근 대기를 안내받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문해수욕장 출입금지' / 사진=연합뉴스태풍 바비는 오늘(26일) 낮 12시 서귀포 서쪽 약 180㎞ 해상을 지나, 오후 6시쯤 목포 서남서쪽 약 160㎞ 해상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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