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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90년 4월 2일 ‘무명 연예인 일본 술집 무더기 송출…연예인협회 간판 걸고 인신매매’

20년 전 오늘, 연예인협회 간판을 걸고 무명 연예인들을 일본 술집 등에 팔아넘긴 연예계 해외인력송출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서울지검 남부지청 특수부는 한국연예협회 연기분과위원장 겸 한국사회자협회장 코미디언 석현씨(본명 윤승문)와 무허가 해외송출업무를 해온 연예계인사 6명을 직업안정법위반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이들과 공모한 전 한국연예인협회 이사장 박호씨, 공무원에게 청탁해 허가를 받게 해주겠다며 업자로부터 1600만원을 받아 가로챈 전 한국공연단체협회장 겸 상록수회(원로연예인모임) 회장 김석민씨 등도 변호사법위반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접대부’로 송출한 여성들은 200명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일본에서 술집을 경영하는 재일교포들과 짠뒤 국내의 무명연예인이나 일본 취업희망자들을 모집해 연예협회 회원이나 어학연수생 등으로 위장시켜 일본에 송출시켜 왔습니다. ‘여성’들을 팔아넘기는 대가로 이들은 수천만원대의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연예인협회가 여성들을 불법적으로 팔아넘기는 인신매매 기관 역할을 했다는 것, 또 여성들이 일본 유흥업소 접대부로 송출됐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경향신문은 사회면에 꽤 큰 비중을 할애해 2개의 기사로 이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검찰수사결과 이들은 일본 술집 주인들로부터 부탁을 받고 국내 무명연예인이나 유흥업소 직원들을 모집한 뒤 한국연예협회, 한국국악협회회원 등으로 등록시킨 뒤 여권이나 비자를 발급받도록 했습니다. 취업희망자들이 밤업소에서 연예활동을 한 경력이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밤업소와 비슷한 사진배경을 갖춘 전문사진관에서 공연모습을 찍는 등 용의주도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검찰은 국내 유흥업소들이 심야영업제한조치로 수입이 줄고, 일본에서 한국 여성들을 선호함에 따라 불법취업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불법으로 일본에 접대부로 취업하게 된 사람 가운데 확인된 것은 200여명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봤습니다.

일본으로 불법취업한 여성들은 브로커들에게 수수료를 떼이며 착취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술집 접대부가 아닌 연예인으로 취업한 경우에도 대부분 지방 야간업소를 전전하는 무명연예인들로 6개월 취업계약을 하지만 받는 월급 40만~60만엔 중 대부분을 취업브로커에게 뜯기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20만엔에 불과해 이들이 경제난 때문에 접대부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사에는 일본으로 불법 취업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떼이고, 밤업소를 전전하다 경제난으로 접대부로 일하게 하는 등 ‘착취’적 성격이 강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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