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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과 관련해 한국에 13억달러(약 1조5900억원) 수준의 분담금을 제안한 것으로 7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10차 협정의 분담금 총액(1조389억원)과 비교해 50%가량 인상된 것으로, 정부 입장과 큰 차이가 있어 합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이날 미국 측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국에 13억달러를 제안했는지에 대해 “그렇다. 13억 달러”라면서, 이 액수에 대해 “꽤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미국 측이 13억달러를 제안했는지’에 대한 질의에 “우리는 외교 채널에서 동맹국 사이의 논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확인하거나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오래 견지해온 견해는 한국이 공정한 몫을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은 공평한 부담 분담 협정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미국은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협정을 체결하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최근 몇 주 동안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왔다. 우리는 한국 정부로부터도 추가적인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3억달러는 미국이 당초 요구한 50억달러에서는 크게 낮아진 것이지만 ‘방위비를 지난해보다 13% 인상한다’는 내용의 잠정합의안보다는 많은 금액이다.

지난 4월 2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미군참전기념비에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 동상 너머로 태극기와 성조기가 강풍에 펄럭이고 있다. 트루먼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을 조직해 미군 파병을 결정한 바있다. 연합뉴스

앞서 양국 협상대표단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난 3월 말 한국이 기존 방위비 분담금보다 13% 오른 금액을 내는 데 잠정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합의가 무산된 직후인 지난달 2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강경화 외교장관과 통화했고, 나흘 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정경두 국방장관과 통화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강 장관은 전날에도 통화해 SMA 협상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지난 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반도이슈 화상 세미나에서 방위비협상과 관련 “우리는 지금까지 매우 유연했다고 생각한다고만 말하겠다”며 “우리는 한국 쪽에서도 일정한 유연성을 기대하고 있다”며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SMA 협상과 관련 “(협상 결과를) 수용 가능해지려면 협상 결과는 어느 쪽이 보기에도 합리적이고 공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모두 공평한 분담을 얘기하는데 시각은 다른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협상 결과는 양쪽이 다 수용 가능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미국이 지난해보다 49% 증가한 13억달러의 방위비를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진행 중인 협상”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국은 미국의 제안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새 요구액이 13억 달러인지에 대해 확인할 수 없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한국이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의 양보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해 협상이 장기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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