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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해 지난달 27일부터 위치추적장치인 전자손목밴드(안심밴드)를 채우기로 하면서 안심밴드에 대한 찬반 여론이 거세다. 찬성 측은 공중의 건강과 경제 회복을 위한 자가격리이기에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반대 측은 공중보건과 인권은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라며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 찬성 / 이경수 영남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격리 위반 막으려면 불가피…자유도 타인 배려에서 시작

코로나19는 우리 일상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도 바꾸고 있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불수능 정도가 아니라 메가톤급 화산 폭발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고난도 문제가 인간에게 출제된 것이다.

코로나19는 감염력이 상당히 높아 무증상 기간에도 감염시킬 수 있다. 완치 판정 이후에도 재양성자가 속출하고 있어 잠복기도 들쭉날쭉이다. 이런 경우 확진자에 대한 격리 치료와 접촉자에 대한 격리 관찰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확진자 중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증상만 있는 경우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여 격리상태에서 증상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한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 14일간의 자가격리를 통하여 감염 확산을 예방하도록 하고 있다. 대다수는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하여 수칙을 잘 준수하고 있다. 부모 상중에도 격리지침을 준수하여 장례는 직접 못 치르고 승인 절차를 거쳐 묘소에 방문한 사례도 있다. 부모의 확진으로 홀로 남은 초등학생도 담당 공무원의 지원 속에 성공적으로 자가격리를 이행하는 등 온 국민이 힘든 시간을 함께 감당해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자가격리자의 무단이탈 사례가 반복되면서 감염병 확산 방지와 조기 극복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자가격리 관리 강화 조치를 시행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위반자에 대해 안심밴드를 착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강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위반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정부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착용을 거부하면 격리 방식을 시설격리로 변경하고 이에 따른 비용도 본인이 부담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바이러스 전파와 확산 범위는 바이러스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현대사회의 행태가 불러온 바이러스의 역습이자 인간의 이동과 접촉의 문제다. 바이러스 감염 속도는 인간의 접촉 빈도와 비례한다. 현재로서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으므로 접촉을 줄이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감염병은 건강상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부정적인 파급효과로 우리 관계를 뒤집고 경제활동을 멈추게 한다.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감소하고 있으며,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이 있다.

자가격리를 통하여 나의 일상을 잠시 멈추는 것은 우리 일상과 경제 회복 시기를 앞당기는 최소한의 규칙의 준수다. 개인의 자유도 타인을 배려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 반대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공중보건·인권 양자택일 아냐…기본권 제한은 최소한 그쳐야

지난달 27일부터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해 안심밴드를 착용시키는 정책이 시행됐다. 당사자 동의하에 하겠다고 하지만 이를 거절하면 시설격리를 해야한다고 하니 사실상 강제적인 조치인 셈이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정부 정책이 코로나19 대응이라는 목표에만 치우쳐 기본권 침해는 무시하는 경향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본권이 일정하게 제한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공중보건이라는 명분만 있으면 인권침해가 무조건 정당화된다는 것은 아니다.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다른 덜 침해적인 방식이 있다면 그 방식이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심밴드 정책이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

안심밴드 정책은 자가격리자를 범죄자로 간주한다. 우리는 확진자나 자가격리자를 우리 사회가 함께 돌봐야 할 (잠재적) 환자가 아니라, 내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있는 (잠재적) 가해자로, 그래서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동선이 공개된 일부 확진자에게 가해진 인터넷상의 혐오 발언도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에 있다. 동시에 우리는 나 역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혐오 발언은 언젠가 내게도 향할 수 있으며 그래서 코로나19보다 동선 공개가 더 무섭다는 말도 나온다. 안심밴드는 법적인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안심밴드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자가격리자를 방치해온 것도 아니다. 자가격리앱을 깔도록 하고 공무원들이 전화로 점검하기도 하며, 이미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강제력'이 동원되고 있다.

일부 자가격리 이탈자가 보도되기는 했지만 사실 전체 자가격리자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더 완벽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처럼 경찰이 실탄과 채찍으로 봉쇄조치를 실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

성범죄자에게 처음 도입된 전자팔찌가 이제 범죄자도 아닌 자가격리자에 대해 도입이 된다면 향후 난민 등 또 다른 소수자를 통제하기 위해 도입되기는 더욱 쉬워질 것이다. 공중보건과 인권은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다. 기본권을 옹호하면서도 시민들의 사회적 연대의식으로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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